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어떤 여자는 여기 온 지 두 달째인데 하루는 막 눈이 빨개지도록 우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 있냐고 하니까, 자기가 생리통이 있어서 힘든데 신랑이 계속 관계하고 싶다고 해서 그런대요. 배 아프다고 해도 믿지를 않고, 그러고 염증 있어서 힘든데도 계속 하려고 한다고. 배 아프다고 말하면 아저씨가 침대에서 못 자게 하고 바닥에서 자게 한대요. 자기 말 안 믿고 계속 소리친다는 거죠.”
- p 66, 112 신고해도 소용 없어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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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자이기에 한국에 온 지 두달 째라는 이주여성의 고통을 알 것 같아서 화가 나고 경악스러웠다. 만약 내가 베트남에서 태어났다면, 그러니까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가난한 부모 사이에서 여자로 태어났다면, 그래서 한국에 시집을 왔다면 나도 같은 일을 겪었겠지 싶으니 그저 아연했다. 왜 저 여성은 성폭력에 가까운 남편의 불합리한 요구 앞에서 그저 눈이 빨개지도록 울 수밖에 없는가?
직감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해 봤자 한국말을 못하면 경찰이 와도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더구나 경찰은 몇 번이나 신고했는데도 맨날 와서 하는 말이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이다. 남편으로부터 도망쳐도, 집을 뛰쳐나와도 갈 곳이 없다. 아이까지 있다면 더더욱 도망칠 수 없다. 이혼을 한다해도 양육권 분쟁에서 이기기위해 필요한 변호사를 살 돈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포기해야한다. 그녀들이 돈을 모을 수 없는 이유는 귀국 초기부터 3~4년까지 대부분 집에서 청소, 요리, 출산과 육아, 시부모 모시기, 농사일 등 무급 노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 봤자 가난하고 미래없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이주여성들의 인터뷰들을 읽으면 읽을 수록 과거 여성들이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했을 때 겪었던 차별과 폭력이 지금 세대에는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보였다.
참고 문헌
- 한인정,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포도밭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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