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너스 리의 월드와이드 웹 책 리뷰
팀이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인 CERN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을 때 그곳이 가진 분위기가 웹을 개발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에 그가 매력을 느낀 순간은 다음처럼 고등학교 때 아버지와 나눈 대화에서였다. ‘컴퓨터에 직관적인 능력을 부여하는 일’가 대화의 주제였다.
컴퓨터는 도식적인 계층구조와 행렬로 짜인 정보는 대체로 잘 관리하지만, 인간정신은 어떤 데이터 조각이라도 연관시킬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 고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 하교에서 돌아와보니 아버지는 페란티사 사장을 위한 연설문을 쓰고 있었다. 아버지는 뇌에 관한 책들을 뒤적이면서 컴퓨터에 직관적인 능력을 부여해 인간의 뇌가 지닌 연관작용이 가능하도록 컴퓨터에 직관력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의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 주제를 놓고 내 의견을 듣고 난 다음 연설문 작업을 계속 했고, 나는 나대로 학교 숙제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것이 계기가 돼 흩어진 정보들을 서로 연결하도록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할 수만 있다면 컴퓨터는 매우 막강한 기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 22-23쪽
1980년 나는 제네바에 있는 저명한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인 CERN에서 단기간 소프트웨어 컨설팅 작업을 맡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웹 방식의 인콰이어 프로그램을 쓴 것은 바로 이곳에서였다. 당시 나는 개인적 용도를 위해 여가시간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작성했는데, 연구소 내의 사람들과 컴퓨터, 그리고 프로젝트들을 기억하고 찾아보기 쉽게 할 목적 이상의 의도는 없었다.
- 23쪽
개발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현실세계에 구현해내는구나 싶어 흥미로웠다.
컴퓨터는 비록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가 문제해결을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엄청난 수고를 대신해줄 뿐만 아니라, 인간정신의 직관력으로 미로 속의 길을 찾아내는 과정을 도와줄 수 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컴퓨터 자체가 사회활동의 상당 부분을 특징짓는 일시적인 연결관계들을 추적하고 분석해냄으로써 전혀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 24쪽
말하자면 나는 하이퍼텍스트와 인터넷의 다음 시대에 맞는 관심과 의욕을 우연히 갖게 된 행운아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한 일은 하이퍼텍스트와 인터넷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었다.
- 26쪽
극단적으로 볼 때 세계는 수많은 관계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사전을 의미의 집적체로 생각하지만, 사실 사전은 한 낱말을 다른 낱말들을 써서 정의하고 있는 데 불과하다. 나는 한 조각의 정보는 그것이 어떤 정보와 관계하고 있으며, 또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의해서만 비로소 정확하게 정의될 수 있다는 생각을 좋아한다. 이밖에 다른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사람의 뇌에는 수십억 개의 신경조직이 있지만 과연 이 신경조직은 무엇일까. 세포일 뿐이다. 신경조직 사이에 관계가 맺어진 다음에야 우리 뇌는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 우리 존재의 모든 것은 신경조직이 연결되는 방식에 좌우된다. … 탱글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계 속에 있다. 중요한 것은 문자가 아니라, 서로 결합해 단어로 형성되는 방식이다. 단어가 아니라 단어들이 문장으로 결합되는 방식이 중요하다. 즉 문장이 아니라 이들 문장이 결합해 문서로 되는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 34-35쪽
인콰이어와 같은 프로그램이 CERN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연구원과 실험, 컴퓨터 간의 관계를 추적하는 것 외에도 연구원들이 쓴 기술논문과 소프트웨어 모듈 메뉴얼, 미팅 기록, 휘갈겨 쓴 쪽지 같은 특이한 형태의 정보도 접근해보고 싶었다. 이런 소망은 나아가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해대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누구나 읽을 수만 있다면 그 편리함이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38쪽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다. 하지만 인터넷의 본질은 컴퓨터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필요한 일련의 표준화된 프로토콜에 있다. … 내가 인터넷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인터넷이 서로 다른 컴퓨터 운영체제와 네트워크 간에 가교 구실을 할 수도 있겠다는 점 때문이었다.
- 41-42쪽
제안서 작성을 위해서는 인콰이어를 글로벌 시스템으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머리를 짜낼 필요가 있었다. … 그러나 이 시스템은 CERN의 다른 문서 시스템과 비교할 때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접근방식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전의 시스템이 숱하게 다운되는 것을 경험한 나는, 이 시스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개성 있는 조직 방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임을 알게 되었다.
- 44쪽
이 이름은 수학에서 어떤 노드와도 서로 링크가 가능한 노드와 링크의 집합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었다. … 내 시스템의 이름은 ‘월드와이드웹’이라고 결정되었다.
- 49쪽
내 꿈은 남들이 알고 있는 것을 배우듯이, 누구나 쉽게 자기의 생각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 60쪽
물리학의 장점 중 하나는 매우 작고 단순한 대상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단순한 법칙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다. 이 법칙은 일단 발견되면 현실세계의 엄청나게 큰 시스템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법칙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 서버와 브라우저를 잇는 하이퍼텍스트 링크의 작동 법칙을 간단하게 해두면, 몇 대의 컴퓨터로 시작한 웹은 금방 전세계를 묶는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 64쪽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판단에 따라 나는 웹과 관련된 세 가지 규격, 즉 URI 어드레싱 장치와 컴퓨터 간의 통신을 위한 HTTP 프로토콜, 그리고 하이퍼텍스트 문서를 위한 HTML 포멧을 가각 독립적으로 표준화할 생각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URI 규격이었다.
- 86쪽
다음은 그가 사업가가 아니고 과학자여서 웹을 구상하고 실현해냈음을 알게 된 대목이다. 그의 윤리적으로 올곧은 관점이 많은 사람들이 웹의 가치와 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좋은 토대가 되었다.
나의 동기는 웹을 처음에 내가 의도한 것처럼 정보공유를 위한 보편적 수단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회사 설립은 이런 목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무모하게도 경쟁을 촉발해 저작권을 다투는 수많은 웹 제품으로 쪼개질 수도 있었다. … 또한 컨소시엄 방식을 통하면 내가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기업이라는 관점보다도 훨씬 극적이고 발전적인 웹의 장래를 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웹이 번창하는 것을 원했을 뿐, 제품 발표에 신경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컨소시엄을 이끌게 되면 신뢰성과 중립 유지의 필요성 때문에 공적인 의견에 제한을 받겠지만, 그 대신 상업적 이익과는 무관하게 세계를 위해 가장 좋은 제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가 생길 것이었다. 또한 훨씬 자유롭게 웹의 장래 기술방향에 대한 설득력 있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 나는 하나의 대안으로 대학의 조교수 같은 학문적 직업도 생각해보았다. … 내가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면 상대적으로 좁은 분야에 국한되었을 것이다. … 따라서 컨소시엄을 시작하는 편이 웹 커뮤니티가 커가는 모습을 전체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나로서는 최선의 길이었다.
- 124쪽
세상에는 항상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진보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법이었다. 우리는 진정한 합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며, 설사 완전한 합의에 이를 수 없을지라도 진보가 있을 때마다 기뻐할 수 있을 것이었다.
- 132쪽
내가 웹을 설계하게 된 목적은 새로운 서버를 등록하거나 내용을 승인하는 중앙기관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누구나 서버를 구축하고 어떤 내용이든 담을 수 있어야 했다. 철학적으로 볼 때 웹이 보편적 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제한적인 성장이 보장되어야 했다. 기술적으로 볼 때 통제하는 중앙기관이 있으면 곧 웹의 성장을 옥죄게 될 것이고 따라서 웹은 확산될 수 없을 것이었다. 통제가 없는 상태가 매우 중요했다.
- 141쪽
내가 자라면서 받은 교육의 핵심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이고, 그 다음 다음에 돈벌이를 두는 가치체계였다. … 우리가 먼 훗날까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웹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유일한 바람이다. 웹을 독점하려는 사림이 있다면(예컨대 파생적인 네트워크 프로토콜의 소유권을 추구하는 식으로) 나는 그들과 싸울 것이다.
- 153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연결되며 만들어지는 사회가 웹이 설계되는데 핵심이 되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내가 처음 개발을 했을 때 매료되었던 점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웹은 기술적 측면보다 사회적 성격이 강하다. 내가 웹을 설계한 것은 기술적 유희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사회적 효과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웹의 궁극적인 목표는 거미줄같이 짜인 세상의 존재를 지원하고 향상시키는 것이다.
- 170쪽
기업의 운명과 조직의 성쇠는 웹 사용자인 우리의 미래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웹을 만들거나 파괴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회기술적 문제들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정보의 품질, 정보의 편향, 보증, 프라이버시, 신용 등과 같이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요소이지만 웹에서 소홀히 취급되고 있으며, 일부 사람들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는 것들과 관련되어 있다.
- 172쪽
컴퓨터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거나 그런 형태로 바꿀 수 있는 형식으로 데이터를 웹에 입력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내가 의미론적 웹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234쪽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하이퍼텍스트를 표시하고 공유하는 바탕인 HTML처럼 컴퓨터가 데이터를 표시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통언어가 필요하다. W3컨소시엄이 현재 개발 중인 RDF(Resource Description Framework)가 바로 이런 공통언어로서, 당연히 XML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실 RDF는 데이터를 담은 비트와 데이터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표시하는 몇 가지 정보를 추가한 것을 빼놓으면 XML 그 자체다.
- 239쪽
각 RDF 문서 첫머리에는 RDF schema를 가리키는 포인터가 붙어 있다. 이 RDF 개요는 문서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조건을 나열한 목록으로 돼 있다. … 여기에서 ‘의미론적’이라는 용어는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함으로써 컴퓨터가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추론언어는 영/불사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달라보이는 두 조건이 사실은 동일한 부분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컴퓨터끼리 설명하도록 해준다. … HTML과 웹이 온라인 문서 전체를 방대한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고 한다면, RDF와 개요/추론 언어들은 세상에 널린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243-246쪽
상호 링크된 의미들을 컴퓨터에 저장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숱하게 시도되었다. 이 분야는 지식표현(knowledge representation)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왔다. … 문제는 이들 시스템이 ‘자동차’라는 단 하나의 개념 정의만 가능한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링크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은 것이다. … 반면 웹은 전체 시스템을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단 하나의 웹 페이지를 정의한다는 점이다. 각 페이지는 다른 어떤 페이지로도 링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의미론적 웹에는 여러 사이트들이 ‘자동차’라는 고유의 정의를 각각 지닐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참조 레이어가 있어 컴퓨터들이 정의들을 링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두 사람이 ‘무엇’에 관해 동일한 확정적 의미를 파악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 한편 이러한 시도에 깔린 논법은 중앙이 되는 정보저장소도 없고 어떤 것에도 권위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를 연결함으로써 우리는 공통된 이해를 창출해내는 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 246-248쪽
RDF에 규칙을 담음으로써 얻는 장점은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추론과정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프로그램은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박스여서 안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 ‘왜 그렇지?’라고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이미 이뤄진 전제와 사용된 규칙과 데이터를 역추적할 수 있다.
- 252-253쪽
이 책은 웹에 국한되지 않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진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좋은 생각에서 출발한 설계가 얼마나 파급력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CERN에 있을 당시 나는 유니테어리언(unitarian)과 물리학자들이 똑같이 최고라고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것은 상호존중의 분위기였으며, (거대한 관료주의적 지배가 없어도) 한 개인의 능력을 넘어설 수 있는 협력작업을 통해 대단히 위대한 것을 이뤄내는 분위기였다. … 바로 이것은 출발시점부터 월드와이드웹에 거는 내 목표가 되었다. … 우리가 개인적으로 훌륭하다고 여기는 것을 위해 제각각 노력한다면, 전체적인 우리는 더 강한 힘과 더 넓은 이해와 더 많은 조화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 우리가 진화할수록 거기에 맞춰 우리의 지능이 더욱 발전하고 자연을 제어하는 힘이 더욱 강화돼야만 하는 것일까. 실재로는 그렇지 않다. 연결상태가 더욱 좋아지고, 더욱 개선된 모습으로 서로 연결돼 있기만 하면 된다. 수천 명의 풀뿌리 노력을 통해 웹이 출범하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각 개인이 의지만 갖는다면 모두 모여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나는 감히 갖고 있다.
- 277-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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